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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 도자기가 가르쳐주는 마음의 단단함

케이v 2025. 11. 17. 12:30

오늘은 깨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 도자기가 가르쳐주는 마음의 단단함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깨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 도자기가 가르쳐주는 마음의 단단함
깨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 도자기가 가르쳐주는 마음의 단단함

 

1. 깨어짐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도자기를 만들다 보면 가장 두려운 순간이 바로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흙을 다듬고 모양을 빚고 말리고 굽기까지 긴 시간이 지나도 마지막 단계에서 한 번의 충격이나 예상치 못한 작은 결함으로 인해 작품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광경을 마주할 때마다 내 손끝에서 흘러나간 시간과 마음이 통째로 무너지는 듯한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 깨짐을 자주 경험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 안에 담긴 뜻을 스스로 발견하게 됐습니다. 도자기는 처음부터 단단한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며 단단해지는 과정의 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깨뜨릴 만큼 연약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흙은 본래 약한 존재였고 사람이 손을 더하고 뜨거운 불을 견딘 뒤에야 비로소 완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깨짐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였고 그 과정을 통해 도자기는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깨졌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각을 들여다보면 왜 깨졌는지 어떤 부분이 약했는지 다시 배우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상처받고 흔들리고 깨지는 듯한 시간을 겪을 때 우리는 그 시간을 실패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고 내가 몰랐던 약한 부분을 알려주는 과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도자기가 깨지며 단단함을 배워가듯 사람도 흔들리며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그래서 이제는 도자기의 깨어짐을 바라볼 때 아쉬움보다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내 작업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다음 과정에서 더 단단하게 빚을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깨진 조각을 손에 들고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평온감이 찾아옵니다. 내가 완전한 단단함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지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같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깨짐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나는 도자기가 주는 이 메시지를 작업실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계속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 불에 견디며 얻는 단단함의 의미

도자기가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뜨거운 불을 통과하는 순간입니다. 흙은 불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모양을 유지하는 정도의 존재였습니다. 손가락으로 조금만 눌러도 금세 변형되고 부서지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가마 속에서 높은 온도를 견디게 되면 흙은 제 모습을 잃는 대신 새로운 강도를 얻습니다. 뜨겁고 거친 환경을 지나야만 도자기는 비로소 오래 버티는 힘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도 이 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평온한 상황에서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이 부드럽고 고운 상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찾아오고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몰아칠 때 우리는 가마 속의 흙처럼 흔들리고 갈라지고 약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이런 시간들은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을 지나고 나면 사람도 더 단단한 모습을 갖게 됩니다. 불을 견디며 단단해지고 색도 더 깊어지는 도자기처럼 마음도 시련을 통해 강해지고 깊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결코 편안하지 않습니다. 도자기가 불 속에서 견딜 때 작은 소리로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사람도 마음속에서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들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약함이 사라지는 순간이자 단단함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어느 날 마른 흙처럼 쉽게 부서지던 마음이 더는 작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단단함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불에 견디는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함께 배우게 됩니다. 쓰라린 기억이 있어야 깊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뜨거운 시간을 견뎌야 오래 버티는 힘을 갖게 됩니다. 도자기의 여정은 단단함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인내를 통해 쌓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어려움 앞에서 흔들리기보다는 도자기의 불 소성을 떠올리며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꼭 도자기처럼 자기만의 빛을 얻게 될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3. 상처를 품은 채 완성되는 아름다움

도자기를 만들다 보면 완벽하게 매끄러운 작품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표면에 아주 작은 흠이 생기거나 색이 고르게 나오지 않거나 손자국이 조금 남았을 때조차 도자기는 나름의 멋을 품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런 부분을 부족함이라고 여겼지만 경험이 쌓이며 이런 자국들이 오히려 작품을 더욱 살아 있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누구나 흠 없는 듯 보이는 삶을 꿈꾸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품고 살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상처를 숨기고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도자기의 작은 금이나 미세한 흔적은 그동안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었습니다. 사람에게도 상처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며 남은 마음의 자국들은 단순한 아픔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상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도자기가 금을 품어도 여전히 단단하고 때로는 더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사람도 상처를 받아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상처는 나약함이 아니라 완성으로 가는 또 하나의 단계였습니다. 작업실에서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면 깨지지 않고 남은 부분만으로 완벽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을 견딘 흔적과 상처를 품은 채로 존재하는 모습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사람의 삶에서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깨어질까 두려워 무엇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때로는 부딪히고 다치더라도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깊고 단단한 삶을 만들었습니다. 도자기가 가르쳐준 가장 큰 깨달음은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깨짐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단단한 마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결코 흉터가 아니라 나만의 빛을 품은 기록이 됩니다.